유어슈 리크루팅 홍보 영상을 만든 이야기
숭실대학교 학생을 위한 서비스를 개발하는 동아리 유어슈는 매 학기 초 신입 부원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리크루팅은 유어슈에 있어 중요도가 높은 이벤트에 속합니다. 많은 인재들이 유어슈에 지원을 해주어야 동아리가 유지되고 앞으로 더 나은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함께 서비스를 만들어가며 경험을 쌓고 성장할 동료를 모집하는 일이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고 있습니다.
이번 리크루팅을 앞두고는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정석대로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를 담은 홍보물으로 동아리를 홍보하기 보다 조금은 어이없는 B급 감성 홍보물으로 동아리를 알려보자는 시도입니다.
범람하는 동아리 홍보 글 속에서 특이함을 무기로 조금이나마 시선을 끌어보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가서
본격적인 홍보물 제작에 앞서 우선 디자인팀 멤버들과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우선 홍보물의 큰 그림을 설명한 후 한 가지 예시를 들었습니다.
저는 iOS 개발자 -> 아이폰 -> 맥북 -> 스타벅스 라는 의식의 흐름에 따라 '스타벅스에서 코딩 좀 해본 사람' 을 찾는다는 내용을 담아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제안서를 본 디자인팀 멤버들은 각자가 떠올린 아이디어를 제시해주었습니다. 애플 감성을 패러디하자는 멤버도 있었고, 일부러 불편할만한 홍보물을 만들자는 멤버도 있었습니다.
노트북 앞에 쓰러져서 머리를 싸매고 있는 이미지에서 '홍보문구 못 정하겠어요. 도와주세요...' 라고 적힌 부분은 정말로 문구를 정하지 못해서 회의에서 같이 이야기해보자는 뜻인줄 알았는데 사실 저 내용 자체가 홍보 문구였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디자인팀 친구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준 덕분에 이를 조합해서 6개 팀별로 적당한 영상 컨셉이 정해지게 되었습니다. 한 팀당 하나의 영상을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아쉽게도 선택되지 못한 아이디어들도 있었습니다. 그 아이디어들은 따로 기록해뒀다가 다음번 리크루팅 영상에서 사용할 계획입니다.
정해진 컨셉에 맞추어 적당한 스토리보드를 작성했습니다. 어차피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것은 저의 일이었기 때문에 연기해줄 멤버와 저만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대충 그렸습니다. 이런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디자이너라고 활동하고 있다니 참으로 기가 차는 일입니다.
이어서 영상에 출연해줄 배우를 섭외했습니다. 본래 각 팀별로 한 명씩 차출할 계획이였으나 굳이 팀별로 뽑을 필요가 없다는 민트님의 의견에 따라 유어슈의 얼굴 영지님을 모든 영상에 단독으로 출연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처음엔 "저한테 왜이러시죠?" 라고 했지만 촬영 당일엔 열과 성을 다해 힘내주셨습니다.
다행히 촬영 당일은 2월임에도 날이 그리 춥지 않았습니다. 영상 길이도 그리 길지 않아 오후에 빠르게 촬영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물은
우선 프론트엔드 팀의 영상입니다. 사실 프론트엔드 영상은 촬영 당일까지도 컨셉을 정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일단 만나서 생각하자고 했더니 영지님이 '샤이니의 뷰(View)에 맞춰 춤을 추는건 어떻겠냐.' 고 제안을 했습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니까 뷰(화면)를 잘 짤줄 알아야 한다는 의도였습니다. 아이디어가 결정난 후 영지님이 즉석해서 춤을 외워주신 덕분에 적당히 그럴싸한 영상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촬영이 끝나고서야 프론트엔드에선 화면을 짜는 것을 '뷰를 짠다' 고 표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래서 아이디어를 먼저 내주지 않은 프론트엔드 팀의 탓으로 돌리기로 했어요. 미안해요 프론트엔드팀... 담번엔 꼭 물어볼게요!
*Vue.js를 의도한 것은 아니였습니다. 유어슈는 React를 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백엔드 팀은 본래 '서버에 기도하는 사진'을 모티브로 영상을 제작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서버실이 주변에 없었고, 사실 유어슈에서도 AWS를 사용하지 직접 서버(물리)를 구축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AWS 리소스 모니터링 화면을 띄워두고 기도하는 영상을 찍자니 어딘가 폼이 살지 않아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의 사진을 띄워두고 기도하는 영상을 찍게 되었습니다.
iOS 팀은 최초 기획한대로 아이맥을 들고 스타벅스에서 코딩하는 컨셉으로 촬영했습니다. 그렇다고 실제 아이맥을 카페에서 꺼낼 수는 없어 박스만 준비해서 촬영했습니다.
박스는 iOS팀의 엘리엇이 제공해주었습니다.
안드로이드 팀은 '안드로이드 스튜디오를 난로 대신 사용하는 밈'에서 아이디어를 따왔습니다. 거기에 '여보!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놓아 드려야겠어요.' 를 얹어 한국 문화에 맞게 로컬라이징을 해보았습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1픽셀을 두고 고민하는 모습을 담자는 아이디어를 반영했습니다. 1픽셀이 별 것 아닌 듯 하지만 사소한 디테일에서부터 디자인의 완성도가 결정되기에 1픽셀의 차이는 디자이너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콘텐츠 마케터는 디자인팀 회의에서 나왔던 결과물들을 섞어보았습니다. 특히 디자인팀 대장 Minny의 외마디 비명 "하... OO...' 는 디자이너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후시녹음을 해서라도 꼭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공개 그 이후
영상 기획부터 촬영, 편집까지 채 일주일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촬영을 서둘러서 끝마친 것은 수강신청이 임박했기 때문입니다.
서버시간을 알려주는 네이비즘 서버시간 사이트는 수강신청 날이면 많은 학생들이 방문하는 사이트입니다. 당시 동시 접속자 수를 보니 하루에 약 4-5천 명 정도가 방문한 것으로 보입니다. 수강신청 인원과 일정을 고려하면 대부분의 학생이 방문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수강신청 전, 이 사이트에 올라와있던 '대학교 수강신청 및 동아리 홍보 영상 게재 안내' 라는 공지를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인스타그램으로 DM을 보내면 각 학교의 서버시간 페이지에 동아리 홍보 영상을 무료로 올려준다는 공지인데, 아직까지 숭실대학교 페이지에 영상을 게재한 동아리는 없었습니다.
수강신청 당일이면 학교 학생 대부분이 방문하는 사이트인 만큼 이 사이트에 광고를 건다면 많은 학생들에게 영상을 노출시킬 수 있을 것이 당연했습니다.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광고를 내보내야 하는 입장에서 이건 마치 슈퍼볼 광고와도 같은 느낌이였습니다. 그래서 가능한 빨리, 수강신청 전까지 영상을 완성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서둘러 영상 편집을 끝낸 덕분에 다행히 수강신청 전날부터 페이지에 광고를 걸 수 있었습니다.
상상도 못한 수강신청 연기
오전 10시 수강신청 시간이 다가오자 동시 접속자 수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동시 접속자 수가 늘어남에 따라 수강신청 서버도 느려지기 시작했고, 결국 정각이 되자 서버는 뻗어버렸고 수강신청은 오후 1시로 연기가 되었습니다.
그때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습니다. '수강신청이 연기된 것을 이용해 우리 영상의 썸네일을 바꾸면 어떨까?'
시간은 생명, 바로 바꾸어보았습니다.
바뀐 썸네일 덕분인지 광고로 내건 수강신청 영상은 약 600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페이지 방문자당 클릭 비율은 약 5~10% 정도 되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유어슈의 프로덕트에 관한 광고였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리크루팅 홍보에 도움이 되기도 했고 유어슈가 열심히 활동하고 있음을 알리기엔 충분했기에 만족스러운 홍보였다고 생각합니다.